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꼴라의 정원

도가니 본문

도가니

Rupicola 2011. 10. 24. 18:54

 

  •  -----사방에서 거짓말을 하며 서로서로를 눈감아주고 있어요.  시의원과 건설업자의 처남이 ,운전면허시험장 직원과 병원장 사모님이, 룸살롱 마담과 경찰서장이, 밤무대 무명 가수와 외로운 사모님이. 유부녀와 목사가, 교수와 교재 출판업자가, 시교육청과 입시학원 원장이 서로를 봐준다며 눈을 감고 거짓말을 해대죠.  그들이 원하는 것은 정직도 정의도  아무것도 아니에요. 어쩌면 그들은 더 많은 재물은 가끔 포기할 수 있어요.  그들이 진정 원하는 것은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 거예요.  한번만 눈감아주면 다들 행복한데, 한두 명만 양보하면-----그들은 이걸 양보라고 부르죠------세상이 다 조용한데, 그런데 당신은 지금 그들을 흔들고 있어요.  그들이 가장 싫어하는 변화를 하자고 덤빈단 말이지요.-------------서간사는 법정에서 정의 같은 게 건져질 거라고 생각해요?  전관예우가 뭔지 알아요? 황변호사, 서울 강남에 사무실 한 채와 집기 일체를 약속받고 왔어요.  그거 얼마나 거금인 줄 아시잖아요.  그사람 무진의 수재였고, 바보가 아닌 담에야 저 인간들이 성폭행한 거, 농아들 유린한 거 모를 것 같아요? 천만에! 황변호사 도 고민했을 거고, 그 나름의 사회정의를 위해 농아들 몇을 희생시키는 게 이 고장의 발전을 위해, 말하자면 대의를 위해 옳다고 판단했을 겁니다.  판사? 그 사람들 서로서로 대학동기,선후배,고시동기,처삼촌, 고등학교 동창의 사돈,사위의 은사예요.  이번 사건 맡은 검사? 무진에서 임기 육개월 남았어요.  이번 사건 물고늘어지다가 행여 누군가의 심기라도 건드리면  이번에는 서울로 가서 부인과 아이들과 합칠계획을 망치겠죠.  그 사람들 세상에 태어나 지금까지 점수,점수,점수,경쟁,경쟁 속에서 남을 떨어뜨리고 여기까지 왔어요.  일점 때문에 친구는 낭인이 되고 자신은 판검사가 되었단 말이죠.그런데 그들이 정신능력이 떨어지는 장애아들 몇명 때문에 처삼촌과 대학동창 사돈과 사위의 은사와 장인의 후배와 얼굴을 붉혀가며 그 정의 라는거 ,진실이라는 거 되찾아줄 것 같아요? 그 사람들에게 진정 학원 이사장과 장애아의 인권이 같을 줄 알아요? -----------------                

-공지영 장편소설 "도가니" 中에 장경사가 서유진에게 한말